김외솔 대표는 제주에서 초등학교 교사생활을 7년정도하다 2013년 교육사업에 뛰어들었다. 2014년 창업활동까지는 2편에서 오픈할 예정이다. 

1편에서는 2015년 도서출판 담론을 창업하면서 인터뷰 방식으로  ‘교원총서’를 만들기 시작하게된 부분부터 담았다. 아무래도 이 부분이 ‘폭낭아래’와도 관련이 있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폭낭아래'는 도서출판 담론에서 만들어내는 콘텐츠의 온라인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가 왜, 어떤 방식으로 ‘말’을 ‘글’로 편집하는지를 김외솔 대표와의 인터뷰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 인터뷰/정리 : 홍난영





교원총서 인터뷰의 모습. (좌) 안진영 선생님 (우) 김외솔 대표님




홍난영 : 

2015년에 도서출판 담론을 시작하셨죠? 하시게 된 계기는요?

김외솔 : 

가장 중요한 것은 JK에듀케이션이라는 회사의 정체성이 제가 원래 하고자하는 것과는 방향으로는 맞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이런 것들도 의미가 있지만 좀 더 본질적으로 의미있는 일들을 찾아보게되었죠. 

그런 고민 끝에 선생님들의 경험을 많이 공유해야되겠다고 결론을 내렸어요. 외국학자가 제시한 것들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우리 선생님들의 경험을 체계적으로 많이 알려야되겠다고. 그런 경험을 필요로하는 초임교사들도 굉장히 많거든요. 


홍난영  :

목표는 한국형 교육학을 만들고싶은거고 그렇게 따지면 학교도 나중에 설립할 생각이 있으신거겠네요?

김외솔 :

당연히 있죠.

홍난영 :

그렇죠? 그러신 것 같더라구요. :) 



-  질적연구란 무엇인가


홍난영 : 

그러면 한국형 교육학 만들기의 첫 발걸음이 교원총서(가)가 되는거네요. 


김외솔 :

맞습니다. 제가 석사 때부터 질적연구에 관심이 많았었어요. 일단은 질적자료를 풍부하게 만들어놔야되겠다고 생각했죠. 연구를 하려면 자료가 있어야하니까요. 


홍난영 :

질적연구는 뭔가요? 

김외솔 :
 
질적연구는 포스트모더니즘으로 넘어오면서 생겨난 연구방법론인데 그 전까지는 양적연구밖에 없었죠.


홍난영 :

양적연구는 통계를 의미하는건가요? 

김외솔 :

통계. 네. 설문조사해서 몇 %이상이니까 유의미하다.


홍난영 :

아~ 이제는 그런 통계나 평균이나 그런 게 안 먹힌다는거죠?

김외솔 :

네. 안 먹힌다는거죠. 그게 말이 안된다. 어떻게 설문지 20문항가지고 인간을 분류하느냐, 200명, 1000명의 데이터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한 개인이라도 그 안에 들어가서... 한 개인의 의미있는 데이터, 즉 질적 데이터가 오히려 여러사람들에게 더 감동을 주고 공감을 얻게하고 변화하게 만든다는거죠. 


홍난영 :

제가 어디선가... TED 비슷한 강연 비디오를 봤어요. 항공기 조종사의자를 만들기 위해서 조종사들의 신체를 다 재어 평균값을 내서 의지를 만들었데요. 그 의자에 딱 맞는 조종사가 몇 명이었을까를 묻더라구요.

김외솔 :

XD


홍난영 :

답은 0명이었어요. :D 그거와 비슷한 이야기네요.

김외솔 :

질적연구에 대한 분야는 굉장히 많이 확대가 됐어요. 예를들면 카페에서 사람들의 행동패턴을 양적으로 분석해서 메뉴를 설계했을 때 이게 매출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는거죠. 예전에는 당연히 그런 식으로 진행을 했죠. 그런데 이제는 한 두 사람, 소수를 심층적으로 인터뷰를 하든가 그 사람의 어떤 행동방식을 따라다니면서 자료를 분석하는게 훨씬 매출에 도움이 될 것이다는거죠. 경영 쪽도 질적연구 방법이 굉장히 많이 적용이 되고 있어요. 

홍난영 :

제가 경영정보학과를 나왔는데 외솔님 이야기를 들으니 이런 생각이 드네요. 예전엔 공급이 적어서 양적조사가 더 효과적이었을 것 같긴해요. 그런데 지금은 브랜드가 너무 많이 분화되었기 때문에 질적연구가 맞는 것 같네요. 타켓이 굉장히 디테일해지니까요. 



- 인터뷰 방식 채택 이유 


홍난영 : 

그렇다면 교원총서(가)를 질적연구 방식으로 만들기로 하셨고, 결국 그게 인터뷰방식으로 이어진거라고 봐도 되나요? 

김외솔 :

인터뷰 방식은 질적연구도 연구지만 다른 이유도 하나 더 있어요. 제 주변에 훌륭하신 선생님들이 '아, 이런 경험들을 책으로 쓰면 좋겠는데...’라고 이야기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제가 많이 떼를 써봤죠. '선생님 책 쓰세요. 20~30년 그렇게 열심히 하셨고, 그만큼 훌륭한 데이터들도 많잖아요.’ 그런데 그런데 쓸 시간이 없어요. 

쓸 시간도 없고, 선생님들은 글을 잘 쓸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도 않아요. :)  사실 글은 많이 써봐야하잖아요. 그러니까 선생님들은 가지고 계신 컨텐츠는 많은데 글을 쓸 시간도 없고 기회도 없어요.


홍난영 :

그래서 자꾸 미루게되죠.

김외솔 :

네. 자꾸 미루게되고 해야지 해야지하면서 자료는 쌓아가는데 진짜 체계적으로 6개월동안 딱 앉아서 책을 쓸 시간이 없죠. 그래서 그런 분들의 경험이 사장되는 걸 많이 봤죠. 그런 분들의 경험을 들을 수 있는 극소수의 사람만  혜택을 좀 받더라는거죠.  요즘 같은 시대에 그러한 자료들이 너무 오픈이 안되니까. 그리고 그 선생님들도 퍼주고 싶어해요. 


홍난영 :

그렇지만 인터뷰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지 않을까요?

김외솔 :

한계가 있죠. 그 한계는 정확히 그거에요.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 간에 인터렉션이 보여지는 게 가장 좋은데 그게 안된다는거죠. 사실 인터렉션이 가장 중요하거든요. 학생들이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어떻게 제어하는지 등의 것은 굉장히 비언어적이죠. 그것이 거의 80%정도는 될거에요. 그런데 인터뷰방식에서는 언어적인 것들만 나올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사실은 20%정도만 전달하는 셈이죠.


홍난영 :

아~ 질적연구라는 것이 연구자의 관찰로부터 시작되는건가봐요?

김외솔 :

그게 가장 기본적인 연구방법이죠. 질적연구에서는 비언어적인 것들을 최대한 언어적으로  묘사를 하죠. 그걸 잘 묘사하는 사람이 좋은 질적연구자이기도 하구요. 인터뷰 방식으로는 언어적인 표현이 20%이지만 거기에서 저도 학교경험이 있기 때문에 나머지 3~40%를 더 끌어낼 수 있는거죠. 그래서 디테일하게 질문을 하는거에요.  

이를테면 '그 아이가 이럴 경우에 선생님이 뭐라고 하십니까'라고 구체적으로 묻죠. ‘격려한다'는 잘 와닿지 않잖아요. ‘뭐라고 구체적으로 워딩을 하십니까?’


홍난영 :

아~ 그런 게 더 필요하군요. 

김외솔 :

그렇죠. 그래서 어떻게보면 꼬치꼬치 물어보는 것처럼 보일거에요. 저는 그런 역할을 하는거죠. 이렇게 알려줘야 교사들이 그 포인트를 분명히 알거든요. 교사들이 원하는 것은 이거에요. ‘그 상황에서 어떤 표정을 지으면서 어떤 말을 해야할까?’ 예를 들어서 교실에는 꼭 한 두명씩 말썽부리는 애들이 있어요. 그런 아이들에게 ‘너 그러지마’라고 하는 건 아무 소용이 없죠. 

하지만 경력이 많은 선생님들은 노하우가 다 있어요. 말썽부리는 아이들을 일단 무시하다가 따로 불러내어 차근차근 이야기를 한다든가...  이런 노하우는한 10년정도 교사생활을 해야 조금씩 나오게되요. 초임 3~4년까지는 뭐 정신이 없죠. 자기가 뭘 했는지도 모르고.


홍난영 :

교원총서(가)를 최소 100권을 목표로 삼고 계시는데 그 이유가 그런 구체적인 상황들을 많이 전달해주기 위함인가요?

김외솔 :

사실 100권이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큰데 시리즈로 만드는 이유는 다양한 교육방법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실천했던 분들을 중심으로 인터뷰를 할겁니다. 세상에 거룩하고 좋은 이야기는 많아요. 그런데 저는 그것도 좋지만 이런 컨텐츠를 만들고 싶은거죠.  ‘그래 당신 말이 다 좋아. 그런데 어떻게 했는데?’, ‘당신같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건데?’. 

이게 모든 사람에게 답이 될 수는 없겠지만 하나의 구체적인 예시는 될 수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많이 만들어야되겠다라는 생각이죠. 이게 모든 교사 개개인에게 다 통할거라는 생각은 안해요.  하지만 어떤 한 교사가 100권을 다 읽었을 때 대한민국 교육을 바라보는  통찰력을 갖추기 위한 베이스는 될거라고 봐요.


홍난영 :

그런데 외솔님의 인터뷰로 비언어적인 것들까지 더 끌어낸다고 하더라도 인터뷰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질문을 받고 거기에 대한 답을  형태이기 때문에 질문에 없는 것은 나올 수가 없지 않을까요? 저같은 경우는 직접 글을 쓰는 타입이라 계속해서 살펴보면서 빠진 부분을 채워넣기도 하거든요. 

김외솔 :

저는 인터뷰 방식이 저자가 자기 책을 쓰는 방식보다 더 나아갈 수 있다고 봐요. 더 깊이. 인터뷰어가 가장 좋은 경험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소설가들이 소설을 쓸 때 자기의 경험을 총동원해서 쏟아내어  쓰잖아요. 그런데 그건 자기 안에 들어있는 것들이 자의식에 의해서만 나오는거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제3자가 그것을 건드려주고 그걸 끄집어내게하고 때로는 불편한 것도 끄집어내고 그러한 과정, 그러한 인터뷰 방식이 오히려 그 작가나  인터뷰이에게 훨씬 더 많은 것들을 끌어내도록하게하는 도구가 될지 않을까요? 


홍난영 : 

인터뷰어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겠네요.

김외솔 :

아까 난영님이 말씀하신 것 중에 질문한 것에 대해서만 대답을 하지 않겠느냐라고 하셨는데 인터뷰어의 핵심이 그거 같아요. 사과를 예를 들어볼께요. 사과는 뭐지? 다년생 무슨 식물로써... 그럼 식물이다. 그럼 식물은 뭐지? 식물은 이런 것이다. 그 안에 또 용어가 나오잖아요. 그럼 그건 또 무엇이지? 결국 포스트모너니즘이 말한거는 이런 식으로 쫒아가다보면 결국은 이 단어의 뜻은 없다거든요. 이 단어를 설명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그런데 인터뷰 방식은 오히려 어떤 하나의 질문을 던졌을 때 인터뷰이가 하는 이야기의 안으로 계속해서 들어갈 수 있죠. 들어가다보면 자기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경험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올 수 있고 결과적으로 저자가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체계적으로 글을 쓰는 것보다 인터뷰어가 계속적으로 질문을 하면서 심층적으로 들어가서 나오는 것이 훨씬 더 폭넓지 않을까 싶어요. 


홍난영 :

그럼 인터뷰이는 질문에 대한 답만 하면 되지만 인터뷰어가 그걸 책으로 엮어내기 위해서는 후속작업이 굉장히 많겠네요?

김외솔 :

그렇죠. 그래서 어느정도까지 들어갈지에도 나름 체계가 있어야하죠. 그래서 욕심을 더 부리지 않고 그 선을 조절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홍난영 :

그럼 담론은 인터뷰 방식을 고집하는 건가요?

김외솔 :

분명 대한민국의 어떠한 특정한 분야의 담론을 누군가 글로 잘 풀어줄 수 있다면 그건 매우 좋은거죠. 하지만 글로 잘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은 어느 출판사에서나 책을 낼 수 있다고 봐요. 그렇기 때문에 담론은 인터뷰 방식을 메인으로 진행할겁니다. 


- 미디어, 주관적이어서 다양한.


홍난영 :

현재 ‘폭낭아래’라는 미디어를 함께 준비 중인데 외솔님은 미디어는 어떤 식으로 가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김외솔 :

제 생각에는 앞으로는  글쓴이, 그러니까 기자나 블로거들의 시각에서 본질을 해석하고 쓰는 글보다는 사건 당사자의 주관적인, 매우 주관적인 이야기들을 끌어내는 것들이 미디어로써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는 방식이 아닐까 생각해요. 이를테면 시리아에서 어떤 내전이 일어나는데 대부분은 기자의 눈으로 일단 깔고 들어가잖아요. 테러리스트들이다. 

저는 테러리스트들하고 인터뷰를 하고 싶어요. 당사자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거죠. 그런데 그런 것들이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있잖아요. 주관적인 당사자의 이야기를 미디어에 싣고 싶은 이유는 아주 쉽게 말해서 다양성인 것 같아요. 어떤 기준에 의해서 편집당하는 게 아니구요. 


홍난영 :

이 질문을 한 이유는 저 역시 블로그를 9년째 운영하고 있고 책도 두 권정도 썼음에도 미디어라고하면 부담이 되는거에요. 그래서 잘 안쓰게되더라구요. 하물며 저도 그런데 다른 분들은 오죽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폭낭아래’가 미디어라는 이름을 갖는 것은 뭐랄까... 너무 무겁다? 이런 생각이 들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를 일단 듣고 싶었고 다양성이라는 큰 전제 아래라면 좀 더 가벼워도 되지 않을까싶네요. 사람들이 쉽게 쓸 수 있는?

얼마 전에 다녀온 ‘오름’에 대해 쓸 때, 예를 들어서 '올라가는 데 아 존나 힘들어', 이렇게 쓸 수 있으면 되게 편할 것 같아요. 그런 말은 안 쓰겠지만. 그런데 그렇게해서 필진이 늘어나는게 더 좋다고 보시는지요?

김외솔 :

그게 더 좋다고봐요. 철저하게 1인칭 관점에서.


홍난영 :

그러면 그렇게 유도를 해야하잖아요. 그런식으로. 그런데 그게 참... 미디어라는 말을 버리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해봤습니다만...

김외솔 :

용어정의도 중요하지만 아예 샘플에서 노출의 수위를 한 발작 더 나아간 것을 보여주는 것도 방법이죠.  그래서 사람들이 봤을 때 이 정도까지 쓸 수 있구나, '존나 힘들어’라는 표현도 쓸 수 있구나. 그래서 좀 더 눈높이를 낮추고 누구나 좀 더 쉽게 들어올 수 있는.


홍난영 :

온라인 카페에 글 올리는 것처럼 말이죠? 저도 그런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김외솔 : 

그러면 굉장히 정형화되지 않은 글의 패턴들이 많이 드러나게 될 것 같아요. 예를 들면 행사안내같은 것도 일반 언론사에서 신문 기사로 다뤄지잖아요. 누가 어디서 무얼 했다는 뻔한 얘기들. 행사가 있었고 수많은 관람객들이 즐거워했다. 저는 거기에서 개인의 주관적인 의견들이 조금만 덧붙여져도 기존 언론보다 그 내용이 부실하다거나 그러지는 않을거라고 반박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홍난영 :

기자가 아니라 자기 입장이 드러나는 어떤... 이야기꾼정도가 될까요?

김외솔 : 

그럴 수도 있구요. 주관적인게 역시 좋은 것 같아요. 


홍난영 :

예를 들면... 얼마 전에 백약이오름에서 음악회가 있었대요. 그걸 소개하면서 나는 거기까지 굳이 올라가서 듣고 싶진 않지만 혹시 원하는 사람 있으면 가봐라. 이런 정도?

김외솔 :

네네.  음악회를 갔다오면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다 좋아야한다는 그런 강박이 있는 것 같아요. 제주도 오름에 올라가면 당연히 아름답고 그러한 것들은  우리가 우리를 너무 검열하는거라고 봐요. 음악회를 갔는데 난 졸렸다. 졸린 이야기 분명히 그 개인에게는 있거든요. 99명이 다 즐거워도 한 사람이 졸리다는 그런 솔직한 의견들이 더 가치있다고 봐요.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