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로 이사온 언니들이 뒤늦게 콧바람을 쐬기 시작했다. 

이 언니들의 공통점은 '내 청춘이 내 것이 아니었소’라는 것. 덕분에 마흔 줄에 들어서야 소소한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된 언니들. 그녀들은 콧바람을 쐬면서 무엇을 즐기고 무엇을 느낄까?




제주시에 있는 집에서는 그냥 비가 추적추적올 뿐이었다. 콧바람이나 쐴 겸 성산 쪽으로 가서 밥이나 먹고오자하여 나갔던 길. 갈 수록 뿌옇게 안개가 자리잡고 있었다. 제주도엔 별의 별 게 다 있다. 산도 있고 강도 있고 바다도 있고 비도 있고 안개도 있다. 종합세트라 거의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다. 

밥을 먹고 오는 길, 해는 그 새 떨어져 컴컴해졌다. 그리고 여전히 비가 왔고 안개가 뿌잉뿌잉거리고 있었다. 문제는 밤이 왔다는 거. 밤은 낮보다 더 지독했다. 그리고 우리가 넘어온 중산간 마을, 송당. 낮에는 그리 예뻤던 키가 큰 나무들이 키 큰 유령처럼 뿌옇게 서있었다. 

요술상자 : 우쒸. 안 보여. 무서워 죽겠네. 비상등을 켜고 가겠어. ( ← 오늘의 운전자 당첨)

먹는언니 : 나 지금 쓰는 책에 이거 해보라고 넣어야겠어. 비오고 안개 낀 밤, 송당리에 가보시오. 초보운전자는 절대 따라하지 마시오. 어때?

요술상자 : 조심해야겠어. 진짜 초보는 사고내기 딱 좋은 상황인데. 




어두워서 안개까지는 사진에 찍히지 않았으나 장난 아니었다.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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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바람 쐬러란 곳은 성산. 국수 한 그릇 먹고 멀리서 성산일출봉을 봤다. 언젠간 오르겠지…??

요술상자 : 넌 새해 첫 날에 성산일출봉 올라가서 해맞이 하고 싶니?

먹는언니 : 아니. TV보면 되지. 거기서 보는 게 더 예뻐. 넌?

요술상자 : 절대 안 가. 

먹는언니 : 오~ 니가 가고 싶다고 하면 너나 가라고 하려고했어.  사진이나 찍어가자. ㅋㅋ




그리고 봤던 재미난 풍경. 촌시려워서 이런 풍경은 처음이다. 무인 듯.




지나가다 무인 귤판매대를 봤다. 

먹는언니 : 우왓. 이거 재미나다~ 2천원이래~

요술상자 : 먹을래?

먹는언니 : 아니. 

요술상자 : 서귀포 쪽 귤이 맛있다던데… 




요술상자는 2천원을 깡통에 넣고 한 봉지를 집어들었다. 깡통은 비어있었고 아마 우리가 첫 손님이었던 모양이다. 아니면 숨어서 지켜보다 하나 팔릴 때마다 주인이 가져갔을까? 

이런 재미~ 소소한 재미~ 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