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 : 김순덕(1953년생, 제주 김녕 출신)
인터뷰어 : 김외솔
정리 : 홍난영


김순덕 : 

제주도 화장지 변천사를 잠깐 얘기할께요. 아빠(남편과 남편친구)들이 얘기하는 거를... 아빠들 셋이 앉아서 얘기를 하는데 나는 심부름 하는데 너무 재미있는거야. 옛날에는 화장실을 돗통시라고 했잖아. 제주도는 돼지는 똥돼지라고 했어.

우리집의 경우에는 아버님이 좀 훌륭하니까 사람들이 앉아서 볼 수 있는 그 자릿돌(디딜팡). 그, 변소라고 하나? 자릿돌, 돌 하나로 만들고 가운데 구멍이 뚫려있는.  멋진 돌이 있었어. 돌챙이, 석공을 돌챙이라고 했어요. 돌챙이에게 만들어서 왔는지 그런 돌을 구해왔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보기엔 석공이 다듬지 않았나하는데 이렇~게 된건데 가운데가 구멍이 뚫려있고 양 발을 놓고 그렇게 둥그렇지만도 않고 타원형이고 앞부분이 어느정도 나와있는, 그러니까 안전한 돌이 있었어. 우리집 통시에는.





김외솔 :

일반적으로는 여기 두 개 놓고...


김순덕 :

어~ 다른 집에 가보면 기우뚱 기우뚱해서 금방 무너질 것 같은데... 그런데 보면 돌로 이렇게 놓고 장작 닮은 거 두 개 놓고 그냥 어설프게했어. 다른 집에서는 무서워서 못 가도 우리집에는 그나마 안전한 그런... 돗통시였어요. 그러나 밑에는 돼지가 있죠. 그런데 아버지가 돼지우리 관리도 얼마나 잘했는지 보리짚을 놓는데 그 보리짚을 수시로 갈지. 그래서 돗걸름을 내는거라. 돗걸름. 그걸 돗걸름이라고 해요. 쇠걸름, 돗걸름. 우리집은 돗걸름도 있고 쇠걸름도 있어.





김외솔 :

그래서 화장지는 어땠습니까?


김순덕 :

당시 화장지가 그러니까... 돗통시가 있으면 돗통시 옆에다가 보리짚. 우리집은 그래도 보리짚이 있었어요. 보리짚은 좀 부드러워. 이렇게 좀 부비면 그렇게 껄끄럽진 않아. 뭐 화장지에 비할건 아니지만.

이게 보리짚은 괜찮은데 남의 집에 가면 보리짚이 잘 없어서 조칩. 좁쌀 짚. 좁쌀이 껍데기 씌우면 조. 조칩을 한묶음 묶어가지고 딱 놓는거에요. 근데 껄끄러워. 우리집은 보리짚. 근데 아빠들 얘기 들으면 추자도같은 데는 보리짚도 조칩도 없데. 그러면 먹돌쌔기. 그 둥글 돌 있잖아요. 바닷가니까. 먹돌쌔기를 짚으로 엮는데. 이렇게 이렇게 매달아놓는데. 그러면 이 돌멩이 하나 사용하다 저 돌멩이 사용하다. XD


홍난영 :

돌멩이로요?


김순덕 : 

추자도에는 그렇게 한데요. 남편이 추자도에 근무해놓으니까 알지. 돌멩이를. 먹돌쌔기.


김외솔 :

돌멩이로 해서 씻고 다시...


김순덕 :

씻지도 않고 마르면 쓰고 마르면 쓰고...


홍난영 :

그러니까 그걸 여러명이서 쓰는거네요? ㅎㅎㅎ 추자도에는 농사를 안 지어요?


김외솔 :

거기는 밭이 없을거에요. 어렸을 때 추자도에 있었는데 거기서 밭농사 짓는 건 못 봤어요.


김순덕 :

그 다음에는... 신문이 들어가는 집이 별로 없지요. 신문이 들어가는 집이 별로 없어서 그 당시에 내가 한동 살 때 보면 신문을 했었는데 옆집 사람이 와서 무슨 소릴 하냐면 글써진 걸로 그런 걸 하면 공부못한다고, 그렇게 얘기하더라고. 웃겨가지고. 그래서 보면 묵은 책이나 오래된 책이나 아니면 좀 세련된 집은 신문지나 이런 걸 썼지. 그리고 또 좀 더 세련된 집은 일일달력 있잖여. 그건 막 좋은 거. 일일달력이 최고의 화장지였어. 1일 찢고, 2일 찢고.


홍난영 :

저도 그건 써봤어요. ^^


김순덕 :

그거는 아주 좋은 거. 일일달력이 아주 좋은거고. 그래서 우리도 일일달력이나 신문지 정도는 썼었어. 한동에 있을 때. 어린 시절에는 보리짚을 썼었지. 근데 시집간 다음에는 신문지나 오래된 달력, 일일달력 이렇게 했는데 아빠가 함덕 근무할 때 와서 하는 말이 우리도 화장지 쓰자고 하더라구.


김외솔 :

그 때부터요?


김순덕 :

응. 아빠는 함덕이 세련됐다는거야. 나는 평대나 한동에 근무했으니까 후지고. 함덕이 좀 세련된 동네잖아. 지금도. 함덕 해수욕장 있죠? 거기가 조금, 제주시 다음에는 함덕 정도에요. 마을의 발전 보면. 그 정도니까 함덕 다닐 때 우리도 화장지 쓰면 어떻겠느냐고 하더라구. 그래서 화장지를 그 때부터 사오기 시작했지.


홍난영 : 

그게 몇 년도쯤이죠?


김순덕 :

그것이 언제쯤 될까... 한 80년대 됐을까 모르겠네.


김외솔 :

그럼 그 화장지를 슈퍼에서 삽니까?


김순덕 :

응 슈퍼에서 사왔지.


김외솔 :

좀 비싼 편은 아니었구요?


김순덕 :

비싼 편이었을거야. 크리넥스는 아예~ 그건 없었고.


김외솔 :

그럼 고등학교 자취할 때는 그 때는 어떤 상탭니까? 화장실이?


김순덕 :

제주시는 돗통시가 아닌 것 같아.


김외솔 :

그렇겠죠.


김순덕 :

푸는. 푸세식.


김외솔 :

그 때 화장지는 뭐였습니까?


김순덕 :

그 때 묵은 책을 썼나? 모르겠다. 화장지가 있었나? 화장지가 없었지. 그건 생각이 없네.


홍난영 :

그 화장실이... 가난해서 돼지를 못 사는 집도 있을거 아니에요.


김순덕 :

거의 있었어요. 거의 있고 돼지 없는 집은 그냥 보리짚만 해서 거기서 눈거지.


홍난영 :

땅에다가요?


김순덕 :

땅에 그냥 눈 게 아니고 여기다가 나무 두 개 해놓고 화장실처럼 하는거죠. 울타리는 요렇게 담으로 쌓이는데 담도 허접하게. 우리 시집은 못 사니까 너무 허접하더라고. 근데 우리집은 보면 지금도 테가 나게 딱 있어요.


홍난영 :

근데 돼지가 없으면 그게 처리가 안되잖아요.


김순덕 :

돼지가 없으면 그냥 하는거지. 그냥 오래되서 그냥. 파리랑 뭐랑~ 완전 그거지 뭐. 

XD